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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일 처음 한 것은 방을 정하는 것이었다.
어디에 머물 것인지를 정하는 것...
보금자리는 여러모로 중요한 것이다.
천재라 불리던 아몬이 사용하던 방을 사용하기로 했다.
문이 4개나 되는 방이다.
자료실, 연구실, 욕실, 밖으로 출입이 가능한 문.
상당히 고풍스러운 취향이었던 듯 묵직한 원목들로 이루어진 방이었지만 청소를 전혀 하지 않았는지 무척 난잡했다.
아몬이 죽기전에 가장 집착했다던 유전자학에 대한 책에서부터 가벼운 풍속소설까지 수백권이 넘는 책이 여기저기 흩어져 있고, 글씨를 알아보기 힘들정도로 날려쓴 수 많은 서류들...
어쩌면 후대에 도움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싶어서 암호 해독하는 기분으로 차근차근 정리하기 시작했다.
음식은 방 한구석에 있는 전송기에서 버튼을 누르면 제공된다.
의외로 메뉴는 많았다.
맛도 뭐 나쁘지 않았고...
이곳에 있는 지식은 무척 새로웠고, 흥미로웠다.
아몬의 연구도 그렇고 말이지.
그렇게 책과 연구에 빠져 지냈다.
시간이 지날 수록 허공을 보고 말을 하는 시간이 늘었다.
"내 이름은 '그라하 티아'다. 샬레이안의 발데시온 위원회에서 나왔어. 나도 이번 조사에 참가한다!"
"맞아 그때 너한테 했던 말이지. 그 때 네가 싸우는 거 구경했을 때 진짜 재밋었는데."
허공을 보고 히죽히죽 웃는다.
거기에 네가 있었다.
조금 어처구니 없다는 듯 한 표정으로 고개를 절래 절래 저으면서 한숨을 내쉬는 네가...
"와 오늘은 그래도 적당히 반응해 주는거야?"
너의 모습이 갑자기 일렁이더니 사라져 버린다.
바닥에 있는 내가 만든 환영기를 발로 걷어찬다.
"젠장! 아직도 어설퍼! 좀 더! 제대로 된 반응을 해 달라고 ㅇㅇㅇ 외롭단 말이야! 보고 싶다고!"
버럭버럭 소리를 지르면서 손에 쥐고 있었던 환영기에 대한 연구 서류를 찢고 바닥에 팽게쳐 버렸다.
보고싶었다. 밖에 있는 사람들이...너무 너무 너무 너무 너무...너무...
눈이 따끔따끔하다.
또...울고 있었던걸까?
아....볼 수 있는 ... 그래 볼 수 있는 연구를 시작하자.
미래를 볼 수 있는 것 까지 바라지 않아. 누가 날 언제 구하러 올지 기대하지 않아.
그저 밖에 있는 너희가 보고 싶어...
연구실에 있는 수 많은 자료를 토대로 연구를 하기로 했다.
처음부터 다시.
보기 위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