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날
그렇게 문을 닫고 홀로 아름다운 탑에 남았을 때
나 자신이 잘 했다는 약간의 뿌듯함...그리고 그보다 훨씬 무거운 외로움이 눈꺼풀을 덮듯 내려앉았다.
문이 닫힌다면 내 의식도 같이 끈어질거라는 생각은 너무나도 희망적인 예상이었던 것일까?
문이 닫혔음에도 의식은 명료하고 그 어떤 것도 희박해 지지 않았다.
어째서일까...
아니 그보다 난 얼마나 오랜 시간을 여기 홀로 남아있어야 한다는 말일까.
"ㅇㅇㅇ..."
그 사람의 이름을 나즈막하게 중얼거려 보았다.
방금 전 까지 내 앞에서 당황한 얼굴로 나를 보던 그 얼굴이 떠올랐다.
바보같이 착한 선의로 뭉친 것 같은 사람.
머리가 나쁜 사람은 아니니 우리가 헐값으로 자신을 부려먹었다는 걸 모르지 않을텐데도 끝까지
나를 생각해 준 사람.
"빛의 전사..."
그 말에 그보다 잘 어울리는 사람이 있을까?
아니 없을것이다.
터덜터덜 에테리얼을 깎아 수정처럼 가공하여 금장으로 마무리를 한 아름다운 계단을 오른다.
눈이 닿는 모든 곳이 아름답게 세공되어 있는 수정들로 이루어져 있는 곳.
크리스탈 타워(수정탑)
다음에 내가 문을 열 때 내 앞에 있어 줄 사람은 누구일까?
차원가방에 담겨 있는 연구자료들과...이곳 크리스탈 타워에 남아있는 수 많은 자료들...
그것들이 아마 내 지식욕을 채워주겠지
"아주 오랜시간 동안...."
공허한 목소리가 아름다운 탑 안을 울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