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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esent is present #시작된 여정-13

번호 1604
카벙클 | 비술사 | Lv.70
19-12-02 00:02 조회 9817

칠흑이 다가온다...!





*

 

소리도 없이 쓰러지는 그녀를 가장 먼저 눈치 챈 것은 그녀의 상처를 걱정에 계속해서 그녀를 바라보고 있던 리리아였다. 높은 소프라노 목소리가 비명처럼 울렸다.


괜찮으세요!?”


리리아는 누구보다 작은 체구지만 빠른 속도로 그녀를 향해 가까워졌다.

그 뒤를 레키가 따랐지만 붉은 화염이 그들의 앞을 막았다. 이프리트 에기였다.

이프리트 에기는 주인을 지키기 위해 붉은 화염을 일렁이며 그르렁거렸다.


둘 다 조심해!”


잭은 그 모습에 두 사람에게 주의를 주었다. 다행히 이프리트 에기는 두 사람을 경계하고 있지만 무작정 공격을 할 것처럼 보이지는 않았다.

 

. 이 녀석들은 우리가 마무리 지을 테니 자네는 저쪽으로 어서 가보게.”


잭은 에단의 말에 뒤를 돌아보았다. 옆에 있던 녹티스도 동의했다.


여기는 우리 둘이면 충분하다. 저쪽에도 벽역이 필요해.”

노란 셔츠들에게 자초지종은 우리가 설명하고 오겠네. 아가씨! 치료를 위한 가방을 가져오면 되겠습니까?”


에단의 우렁우렁한 목소리로 소리치자 멀리서 부탁해요-! 라는 말이 들려왔다. 에단은 씨익 웃었다.


맡겨만 주십쇼! , 금방 다녀오겠네. 솔직히 자네도 저곳에 가고 싶지 않았나? 저 아가씨, 신경 쓰이지?”


잭은 끙, 소리를 냈지만 고개를 끄덕였다.

당연히 이상한 의미로 신경이 쓰이는 것은 아니었다. 에단도 다 안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나도 그러네. 저런 패기 넘치는 아가씨가 잘못되면 안 되지. 아무렴. 나는 우리 아가씨의 짐을 가지고 다시 올 텐데 녹티스는 어떻게 할 텐가?”

“...함께 오지. 저 소환수에 대해 흥미가 있다.”

좋아. 그러니 이곳은 맡기겠네. .”


그러고는 에단과 녹티스는 아우성치는 강도들을 연행하는 노란셔츠에게 걸어갔고 잭은 저택을 향했다.

울타리와 문을 넘어 저택의 입구에 다가가자 이프리트 에기에게 호소하는 리리아의 모습이 보였다.


부탁해요. 지나가게 해주세요. 지금 바로 치료하지 않으면 정말 위험해 질지도 몰라요!”

우리는 너의 주인을 적대하지 않아. 돕고 싶어. 그러니 비켜줘... 아아! 정말! 얘 우리가 하는 말은 알아듣는 거야!?”


잭은 두 사람과 합류해 이프리트 에기와 마주보았다. 불타는 악마와 같은 소환수는 전혀 길을 비켜줄 것처럼 보이지 않았다.


리리아. 이 거리에서 치유 가능하지 않아?”

. 하지만 치유를 하려하면...”


리리아의 지팡이에 흰 빛이 깃들자 이프리트 에기의 화염이 더욱 거세지며 그르렁 거리는 소리가 더욱 높아졌다.

리리아가 가까이 다가가거나 치유를 하려하면 이프리트 에기는 화염을 거세게 일으켰다.


이렇게 반응을 해서 하지 못했어요.”

그럼 어쩔 수 없지. 리리아 치유를 부탁해.”


잭은 고민하다 도끼 자루를 움켜쥐며 자세를 취했다.


저 녀석은 내가 막고 있을 테니까.”

으윽... 별로 싸우고 싶지 않은데...”


전투의 여파가 부상자에게 미치면 안 되니 끌어낸 다음 치유가 끝날 때까지 오로지 받아내기만 해야 할 것이다.


쉽지 않겠네. 그렇게 중얼거린 잭이 도발을 준비했을 때 갑자기 점점 크기를 키워가던 홍련이 훅 잠잠해졌다.


그리고 이글거리던 화염을 지운 이프리트 에기의 뒤에서 작은 물체가 도도도- 뛰어나와 그들을 빤히 올려다보았다.

한손으로도 쥘 수 있을만한 크기, 작고 귀여운 여자아이 인형.


인형?”

아앗! 나나모님 인형이다! 이거 엄청 귀한 건데!”


마법인형과 귀여운 꼬마친구에 대해 일가견이 있는 레키가 나나모 인형을 단번에 알아보았다.

리리아는 작은 체구로 당당히 서서 마치 무슨 일로 왔는지 물어보듯 고개를 갸웃거리는 인형을 향해 몸을 낮춰 눈을 마주쳤다.


저희는 저분을 돕고 싶어요. 지나가게 해줄 수 있나요? 저분의 상처를 치유하고 싶어요. 해는 끼치지 않겠어요.”


나나모 인형은 작은 손을 턱에 대고 잠시 고민하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고는 다시 뒤를 돌아 쓰러진 그녀가 굳게 붙들고 있는 보랏빛 날개를 펼친 마도서에 다가갔다.

마도서를 몇 차례 토닥토닥 두드리자 마도서는 빛남을 잃더니 보랏빛 날개가 사그라졌다.

그리고 이프리트 에기 또한 몸을 웅크리더니 붉은 빛 속으로 사라졌다. 리리아는 얼른 쓰러진 그녀에게 다가가 몸의 이곳저곳을 살피더니 치유 마법을 시전했다.


리리아의 지팡이에서 하얀 빛이 무지개를 만들어내며 그녀의 몸 위에 쏟아졌다.

잭과 레키는 그 모습을 보다가 어느새 옹기종기 모여들어 그녀를 둘러싸고 있는 작은 존재들을 보며 놀랬다.


혹시 이거 전부다?”

우와~ 꼬마친구들이 가득! , 이 뚱냥이 귀엽다!”


레키는 커다란 호빵같이 토실토실 살이 찐 삼색 얼룩 고양이를 들어올렸다.

뚱냥이는 레키에게 잡히자 짧은 다리를 버둥버둥 거리며 슬프게 울어댔다.

깜짝 놀란 레키가 미안하다 말하며 뚱냥이를 내려놓자 뚱냥이는 열심히 다리를 움직여 그녀의 곁으로 다가가 달라붙었다.


.. 이 사람 정말 잘 해줬나봐. 부럽다. 사랑받고 있네.”


이 정도나 되는 수의 꼬마친구들이 모여 있는 것도 처음 보았지만, 쓰러진 주인 주변에 모여 걱정하듯 울어대는 모습은 어쩐지 가슴 한 구석을 뭉클하게 만드는 모습이었다.


이윽고 흰 빛이 잦아들며 리리아가 몸을 일으켰다.


일단 응급처치는 끝났어요. 하지만 집 안으로 옮겨서 좀 더 제대로 치료를 해야 해요. 물과 수건이 필요해요. 아 그리고 붕대도. 그리고...”


필요한 것을 나열하며 그리고를 계속하던 리리아의 앞에서 꼬마친구들이 폴짝폴짝 뛰어올라 저택의 안을 가리켰다.

그 모습을 보고 잭들은 서로를 보다 고개를 끄덕였고 잭이 먼저 다가가 누워있는 그녀를 조심히 안아들었다.


가벼웠다. 누워있는 자세에서 무릎 뒷부분과 등을 받쳐 들다 보니 눈만 슬쩍 내려도 엉망이 된 옷가지와 그 틈으로 보이는 피가 점점이 떨어져있는 새하얀 피부가 보였다.

아름다운 얼굴과 새하얀 목덜미, 그리고 그보다 아래에 숨김없이 들어나 있는 부드러워 보이는 부분이 보일 뻔 하자 잭은 철의 의지로 고개와 눈동자를 정면으로 향했다.


그녀는 피해자에 부상자였다. 이런 건 좋지 않다고 중얼거리며 저택으로 들어가는 잭의 얼굴은 본인도 모르게 약간 붉어져 있었다.

그리고 그것을 놓칠 레키가 아니었다. 레키의 입가가 미묘하게 올라갔다.


에헤. , 얼굴 붉어졌다. 봤어?”

“...무슨 말을 하는 거야? 지금 급한 상황이잖아. , 빨리 들어가자.”

, 설마...”


레키의 말에 리리아가 설마, 하는 눈으로 잭을 바라보았고 잭은 최대한 억울하다는 눈빛으로 화답했다.

그렇지만 그녀를 지하에 찾아낸 침대에 눕힐 때까지 레키의 놀림과 리리아의 어색한 눈빛은 사라지지 않았다.


설마, 이렇게 될 걸 알고 빠진 건 아니지..?’


크흠, 헛기침을 하며 최대한 눈을 피한 채 그녀에게 이불을 덮어준 잭은 에단과 녹티스가 귀찮은 일을 떠넘기고 도망간 건 아닐까 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

 

반짝.

그녀가 눈을 뜨고 가장 먼저 본 것은 난색의 따뜻해 보이는 천정이었다.

 

여기는...?’


그리고 불쑥 동그랗고 귀여워 보이는 얼굴이 나타났다. 그것도 두 개나.


일어나셨나요?”

나나모, 나나모니랏!!”


깜빡 깜빡. 멍한 정신에 눈만 끔뻑이는 그녀에게 리리아는 이마에 손을 대 열을 재보았다. 그리고 고개를 살짝 기울이며 웃어보였다.


열은 없네요. 혹시 아직 아프신 곳이 있으세요?”


이마에 닿았다 멀어진 작고 부드러운 감촉에 그녀는 몸을 슬쩍 움직여보았다. 잠에 취해서 그런 건지 전신을 괴롭히던 고통이 느껴지지 않았다.

멍하니 그녀는 고개를 저었다.


다행이다. 그래도 혹시 모르니 잠시만 더 누워 계세요. 필요하다면 좀 더 자도 괜찮아요.”


자애롭게 웃는 리리아의 얼굴이 시야 밖으로 사라지자 하나 남아있던 작은 얼굴만 남아있었다.

문득 그녀는 두 얼굴이 비슷하다고 생각했다.


나나모니라아아앗!!”

와아앗!!”


그렇지만 곧 나나모 인형의 얼굴이 시야 가득 들어오자 그녀는 소리를 지르며 얼굴에 붙은 나나모 인형을 떼어내며 몸을 일으켰다.

주변을 둘러보니 가득히 꼬마친구들이 그녀를 보며 환희에 찬 소리를 높이며 달려들고 있었다.


슬프게도 팔은 두 개밖에 되지 않았기에 전신과 침대까지 꼬마친구들에게 점령당한 그녀는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상황을 파악하려 노력했다.


여기는...?”

당신의 집 안 지하에 있는 침실이에요. 치료를 위해서였지만 마음대로 집에 들어온 것을 사죄드릴게요.”


그녀는 미안해하며 말하는 리리아에게 당황해 고개를 저었다. 그리고 그제야 방에 리리아 뿐만이 아닌 네 명의 사람이 더 있다는 것을 알아챘다.


벽에 기댄 채 팔짱을 끼고 눈을 감고 있는 갈색머리의 휴런족 청년.(어쩐지 표정이 굳어있었다.) 벽에 걸려있는 초상화를 구경하고 있는 멋진 수염이 인상적이 거구의 남성. 책장에서 책을 꺼내든 채 읽고 있는 온몸을 검은 옷으로 감싸고 있는 사람. 그리고 고양이 귀와 꼬리를 살랑거리며 꼬마친구들을 보며 행복해 하고 있는 미코테 여성.

그녀는 간신히 그들이 자신의 집 앞에 찾아왔던 모험가라는 사실을 알아챘다. 그렇지만 이 상황은 이해가 되지 않았다.


... 여러분은, 어째서..?”

잠시 혼란스러우실 수도 있어요. 진정하시고 기억을 더듬어보세요. 무슨 일이 있었는지 기억하시나요?”


그녀는 멍한 머릿속을 더듬다 얼굴을 찡그렸다. 끔찍했던, 그렇지만 강렬한 기억이 그녀의 머릿속에 냉수를 퍼부었다그녀는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 후로 상처가 심한 당신을 치료하기 위해 집 안으로 옮겼어요. 어느 정도 치료를 했는데 혹시 움직일 수 있으시겠어요?”


리리아는 그녀의 진찰에 방해되는 꼬마 친구들을 살며시 떼어내며 그녀에게 물었보았다.

그녀는 혼자 퍼드득 놀라며 몸을 살폈다. 눈에 보이는 부분도 상처없이 깨끗했고 이불 아래 덮인 몸에도 아픈 곳이 하나 없었다.

몸이 멀쩡하다는 것을 확인한 그녀는 놀란 눈으로 리리아를 바라보았다.


어떻게 된거죠? 분명 바로 나을 수 있는 상처가 아니지 않았나요?”

치유마법을 사용했어요. 간단한 외상은 치유마법으로도 빠르게 낫게할 수 있어요. 괜찮으신 것 같아 다행이에요.”

저야말로 감사합니다.”


그녀는 꾸벅 고개를 숙여 고맙고 친절한 라라펠 여성에게 인사했다. 그리고 당황했다.


그리고, 저기, 저분들은 왜 저를 계속 보시는 거에요...?”


각자 서로 딴 짓을 한다고 하고는 있지만 자신을 빤히 보고 있는 네 쌍의 시선은 눈치 채지 못하는 척 하기도 힘들었다.

어떻게 반응을 해야 하지? 당황한 그녀는 뭐라 해야 할지 몰라 우물쭈물 거리자 벽에 등을 기대고 있던 잭이 눈을 뜨며 진지하게 그녀에게 말했다.


잠깐 시간을 내줄 수 있을까? 물어볼 것이 몇 가지 있어.”


그리고 곧바로 눈동자가 허공을 헤엄치더니 아예 몸 자체를 뒤로 돌렸다.


그리고, 이불 내려가지 않도록 조심해. 아직 옷이 엉망이니까.”


그녀는 그 말에 자신이 입고 있는 옷을 확인한 후 황급히 흘러내려간 하얀 이불을 끌어올려 몸을 싸맸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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