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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esent is present #시작된 여정-2

번호 1421
카벙클 | 비술사 | Lv.70
18-10-25 11:23 조회 10950

*


어떻게 생각하세요?”


그녀의 물음에 하얀 빛은 무의식적으로 거울에 너무 가까이 가 있었다는 것을 알아차린 듯 흠칫 뒤로 물러섰다.

그렇지만 눈을 떼기 힘들다는 듯 다시금 비실비실 그 자리로 되돌아갔다.


거울 너머는 전투로 한창이었다.

괴수의 공격을 단단해 보이는 감주로 감싼 사람들이 협력해 막아내며 그 틈을 타 다른 자들이 공격을 했다. 화살도 하늘을 가르면 날아갔고 화염구와 얼음덩어리, 번개 등 형형색색한 마법이 허공을 가르며 괴수에게 작렬했다.

괴수 또한 가렵지도 않다는 듯 앞발을 휘두르고 꼬리로 쳐내며 땅을 짓밟아 지진을 일으키면서 맞서 싸웠다.


당연히 피가 튀고 다치는 자가 나왔지만 그곳에 부정한 말은 들리지 않았다.

그곳은 광기가 아닌 흥분과 열정으로 가득했고 그들의 눈은 전의로 쨍쨍 빛났으며, 다치고 쓰러져도 다시 일어나 나아가는 모습은 꿈을 향해 도전하는 자의 모습이었다.

그곳은 생명과 삶이 충만한 곳이었고 -


- 그만큼 매우 아름다웠다.


그때, 도끼를 든 전사에게 위기가 찾아왔다.

가장 먼저 괴수에게 달려들어 시선을 끌고 가장 많이 괴수의 공격을 받아낸 남성이었다. 그만큼 실력도 매우 뛰어난 자였지만 가장 많은 부담을 떠안고 있는 자였다.

괴수가 휘두른 앞발을 막아내다 튕겨 날아가 데굴데굴 굴러간 그는 꿈틀거리며 일어나려 했지만 충격이 심했는지 다시 일어나기 힘들어보였다.


그와 같은 일행이었던 거구의 기사가 검과 이리저리 우그러져있는 방패를 부딪치며 고함을 질러 괴수의 시선을 끌어보려 했지만, 괴수는 기사에게 힐끔 눈을 돌리더니 아랑곳 않고 쓰러진 전사에게 날카로운 발톱이 달린 앞발을 내려쳤다.


다른 일행들이 괴수의 시선을 끌기위해 화살과 마법을 난사하고 쓰러진 전사에게 각종 회복마법과 보호마법의 빛이 쏟아졌지만, 아무도 쓰러진 전사를 구할 수 없을 것 같은 그 순간 -

 

듣고, 느끼고, 생각하세요. 그리고 행동하세요. 당신의 뜻에 따라-”


- 경계 너머에 있던 하얀 빛이 경계를 뛰어 넘었다.


닿고자 하는 마음을 팔과 손이 되었고,

다가가고자 하는 마음은 두 다리가 되었다.

보고자 하는 마음은 두 눈이 되었고

괜찮은지 묻고 싶은 마음은 입술과 혀가 되었다.

하얀 빛은 자신의 모습이 변한 것도 모른 채 팔을 뻗어 쓰러진 전사를 힘껏 잡아 당겼다.


-콰앙!


폭발음과 같은 소리가 들리며 바닥에 쌓여있던 눈이 하늘 높이 솟구쳤다

그렇지만 괴수는 발 아래 느껴지는 감촉이 없자 주위를 둘러보더니 하늘을 향해 길게 우짖었다.


하얀 빛은 전장의 후열, 그보다 더 뒤에 있었다. 그는 한손으로는 전사의 팔을 잡고, 다른 손은 눈앞에 들어 신기한 듯 바라보고 있었다

그러다 그는 콰앙! 하는 소리에 깜짝 놀라 소리가 들린 쪽, 괴수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괴수가 하늘을 보며 길게 울부짖는 모습을 보며 반사적으로 두 손으로 귀를 막았지만, 귀가 아프지 않아 손을 뗐다.

차가운 바람이 불어 눈이 휘날리고 있었지만 하나도 춥지 않았다.


기절한 듯 축 늘어진 전사를 조심스레 눈바닥에 내려둔 채 전장을 보던 그는 싸우던 사람들 중에서 불안한 웅성거림을 느꼈다.

살며시 귀를 기울여 보니 베히모스라는 말과 조심해!’라는 말을 들을 수 있었다.

그리고 하늘이라는 단어를 들은 그는 무심코 하늘을 바라보았고, 파란 하늘에 어울리지 않는 붉은색을 발견했다.

마치 괴수가 울부짖는 소리에 이끌리기라도 한 듯 불타는 운석이 천천히 괴수의 위로 떨어지고 있었다.

거대한 운석은 괴수(아마도 베히모스라는 이름을 가진)를 향해 떨어지고 있었지만 그 주변에 위치한 사람들도 위험한 것은 자명한 이치이기 떄문에 그들은 최대한 멀리 베히모스에게서 떨어지려하고 있었다.

그렇지만 그것보다 운석이 떨어지는 것이 더 빨라보였다. 아니 멀어진다고 해서 살아남을 수 있을지도 의문이었다. 


그렇게 생각 한 그는 손을 운석을 향해 뻗었다.

구하고 싶다는 마음에 자연스럽게 몸이 움직였고, 이미 알고 있었던 것처럼 손바닥을 위로 향하게 해 살며시 오므렸다

 마치 운석을 손바닥으로 받아내려는 것처럼 팔을 뻗자 운석 아래에 비눗방울 같은 거대한 반구형 돔이 생겨났다.

믿기지 않은 광경에 멀어지던 사람들이 멍하니 그것을 바라보았고, 곳이어 운석이 돔을 향해 떨어졌다.


-!


그는 얼굴을 찡그렸다. 마치 바위덩어리가 손바닥 위에 떨어진 것 같은 묵직한 충격과 무게감이 느껴졌다.

하늘을 향해 뻗었던 손을 첫 충돌의 순간 벌써 가슴을 지나 배꼽 높이까지 내려갔으며 급히 다른쪽 손도 포개어 버텨보려 했지만 역부족인 것을 알 수 있었다.

돔 모양의 보호막도 운석을 받아냈지만 금방이라도 터질 듯이 형편없이 찌그러져가고 있었다.


결국 부들부들 떨리던 두 팔이 떨어지고 보호막도 유리 깨지는 소리와 함께 찢어져버렸다.

운석을 보호막을 뚫고 도도하게 땅으로 떨어졌지만, 그 천금 같은 시간동안 괴수와 싸우던 사람들은 낙하지점에서 충분히 거리를 벌리며 크고 작은 보호막을 치며 운석 낙하에 대비하고 있었다.

숨 막힐 듯 한 정적과 고오오-하며 운석이 떨어지는 소리만 가득한 곳에서 결국, 운석은 괴수를 향해 떨어져 폭발했다.


빛이 번쩍였고, 천둥이 수십 번 연속으로 치는 것 같은 소리가 났다

폭음과 함께 들이닥친 거센 후폭풍에 파도치듯 쓸려나온 눈더미에 파묻힌 그는 바둥거리며 쌓여있는 눈을 헤치며 일어났고, 다른 손으로 운석이 폭발할 때 붙잡고 있었던 전사도 눈 위로 끌어올렸다.

하늘 높이 솟구쳤던 눈들이 후두둑 떨어지며 가루눈도 차츰차츰 가라앉자 지글지글 끓고 있는 땅과 자욱한 수증기 속에 당당히 자리하고 있는 회색빛 거체가 보였다.


베히모스는 쿵, , 땅을 울리며 끓고 있는 땅에서 걸어 나오면서 그를 보았다.

그리고 겨우 그정도 밖에 안 되냐는 듯이 한쪽 입 꼬리를 올리며 그르릉거렸다. 거리가 꽤나 떨어져 있었지만 그는 똑똑히 느낄 수 있었다.

 입술이 자로 꺾이고 미간에 살짝 힘이 들어가 눈썹도 역팔자로 꺾였다. 그때였다.


누군지는 모르겠지만 도와줘서 고맙다!”


우오오! 하는 기합과 함께 도끼를 어깨에 들쳐 맨 남성이 그를 지나쳐 달려나갔다.

투구는 어디론가 사라져버렸는지 짧은 갈색 머리카락을 가진 남성은 자신의 일행의 일행으로 추정되는 이름을 불렀다.

그러자 여기저기 널브러져 있거나 눈 속에 파묻혀있던 사람들 사이로 무지갯빛의 빛 무리가 퍼져나갔다.

그리고 용맹한 함성과 함께 검과 방패를 든 기사가, 활을 든 고양이 귀 여성이, 지팡이를 든 검은 옷의 마법사와, 작은 키에 흰옷을 입은 사제가 전사에게 합류했고 그들은 처음과 같이 베히모스의 앞을 가로막았다.


물론 몸 상태는 처음과 같지 않았다여기저기 크고 작은 상처가 있고 갑옷과 무기도 많이 상해있었다.

그렇지만 그들의 눈빛은 전보다 더 강하게 빛나고 있었고, 사납게 웃고 있었다.


그는 뒤에서 그 광경을 다 보았다. 5명이지만 괴수에게 다시 도전해 전투를 벌이고, 쓰러져 있던 사람들 가운데서도 끙끙 앓는 소리를 내면서도 주문을 외우고, 무기를 들고, 동료를 도와 여기저기에서 다시 일어서기 시작하는 모습들을.


아름다웠다. 그리고 돕고 싶었다하지만 도울 방법이 생각나지 않았다.

그는 막막한 상황에서 늘 하던 행동인 것처럼 자연스레 두 손을 모았다. 고개를 살짝 숙이고 모은 두 손에 입술을 대며 뭔가를 읊조리던 그는 도았던 두 손을 펴며 살그머니 입김을 불어넣었다.


그를 감싸고 있던 빛이 한층 더 강해지더니 그의 손바닥에서 팔랑거리는 날개를 가진 나비가 날아올랐다.

나비는 하나, , 점점 늘어나더니 그의 주위를 맴돌다가 그가 지휘자처럼 가리키는 전장을 향해 날아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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