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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는 볼 수 없는 당신에게.

번호 1165
모그리 | 비술사 | Lv.60
17-06-19 00:42 조회 6477

** 3.4 메인퀘 스포일러 포함입니다! **

 

 

 

 

 

 

다시는 볼 수 없는 당신에게. 

 

 

처음 새벽에 들어왔을 때 나를 가장 먼저 반겨준 것은 당신이었죠. 나와 같은 힘을 가지고 있었어요. 사실 당신에게 새벽의 일원이 되어 달라는 말을 들었을 땐, 속으로 코웃음쳤었죠.

 

돈 한 푼 벌리지 않는 일을, 단지 세상을 구하기 위해서 나를 희생해 달라고요. 나는 어차피 기댈 곳 없는 모험가니까, 난 고향이 없으니 돌아갈 곳도 또 지켜야 할 가족도 없으니까, 그래서 하는 말인가, 나를 쉽게 보는 것인가 하고요.

 

하지만 난 이곳에 왔고, 돌아갈 곳을 찾았어요. 모래의 집이 나의 집이 되었죠. 이곳저곳 떠돌아다닐 일이 많아 언제나 잠깐 들렀다 가는 수준이었지만, 돌아오면 언제나 당신이 있었어요.

 

나는 당신을 좋아하지 않았어요. 언제나 쉬운 일을 맡기듯 뭉텅뭉텅한 짐덩이를 안겨 줬죠. 그것이 무거웠어요. 나는 몇 명인가의 친구를 잃었고, 나의 친애하는, 너무 슬퍼서 이름을 꺼내기조차 어려운 맹우를 잃었죠.

 

 

 

 

그리고 마침내는, 당신을.

 

 

나의 뒤를 지키면서, 당신이 했던 말을 기억하나요? 내가 살아 있는 한. 빛의 전사가 살아있는 한 희망의 등불은 꺼지지 않는다고요. 나에게 등대가 되어 달라고, 재해가 휩쓸어간 이 세계에 불꽃을 지펴 달라고.

 

그 말을 할 때 대체 무슨 생각이었나요. 산크레드, 이다, 파파리모, 야슈톨라, 그리고 당신까지... 그들을 뒤에 두고 눈보라 치는 언덕을 정신없이 내달릴 때, 나는 바라지 않았어요. 나도 당신들과 함께 싸웠다면 어땠을까를 수도 없이 생각했어요.

 

나는 당신들을 구하고 싶었지, 구해지고 싶지 않았다고요. 나는 앞서 싸우는 영웅이고 싶었지, 뒤돌아 비겁하게 도망치는 그런 겁쟁이가 되고 싶지 않았어요. 하지만 나를 위해 목숨을 던지는 각오를 한 당신의 눈을 보고 내가 어떤 선택을 했어야 했을까요?

 

하이델린을 처음으로 원망했어요. 

왜 그런 선택을 했어야만 했나요? 왜 우리를 버리고 다시는 볼 수 없는 세계로 떠났나요? 프라민이 보고 싶지 않은 거예요? 다신 만날 수 없어도 괜찮은 거예요?

 

이제 당신의 말은 유언이 되어 나를 더욱 무겁게 짓누르고 있어요. 정말 다정하면서 못된 사람. 나는 의지가 약한 사람이에요. 세상을 구해 달라니. 나 자신조차 절망 속에 빠져 있는데 내가 희망의 등불이 될 수 있을 리가 없잖아요.

 

당신도 내가 얼마나 약하고 또 비겁하고 위선적인 사람인지...... 알잖아요. 제발. 당신이 어디엔가 존재한다고 하더라도, 내게는 죽은 것이나 다름없어요. 가지 마세요. 다른 세계 같은 것을 구하지 말아요. 여기 있어 줘요.

 

아마 이런 말을 들어도 당신은 웃겠죠. 죽은 것도 아닌데, 하고요. 하지만 하이델린이여, 듣고 있다면 내 슬픔도 전해지겠죠. 언젠가 나에게 그녀를 돌려주세요. 내가 이곳을 지키기 위해서는 그녀가 필요해요.

 

그 때까지만 인사를 해둘게요. 안녕, 안녕히. 고마웠어요. 당신이 여기 있어서 행복했어요. 돌아갈 곳이 되어줘서 고마워요. 기댈 곳이 되어줘서 고마워요. 날 불러줘서, 날 필요로 해줘서, 여기까지 올 수 있었어요.

 

그리고 미안해. 수많은 사람을 구했지만 가장 지키고 싶었던 사람들은 전부 나를 떠나고 마는군요.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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힝 민필리아 가지말아용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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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뭄에콩나물 (17-06-26 19:17)
초코보 | 환술사 | Lv.53
만필리아인줄 알았는데 민필리아 였군요... 잘봤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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